겨울엔 아이젠 없이는 동네산도 위험해!! 바라산(427.5m) 등산하다 멈춘 후기

아이젠

지난 강화도 여행 당시 마니산 못 간 게 아쉬워서 지난주에 저희 가족은 바라산 등산을 하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정상에 올라서 컵라면도 먹고 커피도 마실 계획으로 야심차게 스탠리 보온병도 준비하고 나름 이것저것 준비해서 갔는데, 결과적으로 아이젠이 없어서 중간에 하산했습니다.ㅠㅠ 동네에 있는 산이라고 얕보았다가 완전 낭패;;; 1~2월에 등산을 가실 땐 아이젠은 필수!!! 입니다.

이번에 구매한 스탠리 보온병(946ml)

1. 바라산⛰️

바라산은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에 있는 높이 427.5m의 산입니다. 청계산부터 광교산까지 청광종주 코스에 속합니다. 정상에는 전망대 데크가 있으며 백운호수가 내려다 보입니다.

바라산은 의왕대간 등산로 중 하나의 산이고 의왕 바라산자연휴양림으로 유명합니다.

의왕 바라산자연휴양림

바라산에서 청계산 또는 광교산까지 갈 수 있습니다.

2. 등산코스🥾

오늘의 등산코스는 의왕바라산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여 바라산 정상을 찍고 오는 코스로 정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도보 38분으로 찍혔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3. 등산ing🧗🏻

11:03 등산 시작!!

등산로 옆 계곡이 완전히 얼어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아무런 생각 없이 용감하게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저 밑에는 얼음이 하나도 없었거든요.ㅎㅎ

등산로 시작지점은 앞서 올린 의왕대간 등산로 안내도 옆에 있습니다.

얼마전에 산 K2 그래비티 등산화를 오늘 드디어 개시! 했습니다.

11:05 이정표 등장!!

저 이정표를 보고 속으시면 안 됩니다. 등산로 입구라고 되어있는 곳으로 가면 안 된다는 어떤 블로그 글을 보고 저는 바라산 능선 방향으로 갔는데 그게 정답입니다. 하마터면 저도 등산로 입구 쪽으로 갈뻔했다는...

바라산 능선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11:10 두 번째 이정표 등장!!

길을 따라 조금만 가다 보면 또다른 이정표가 나옵니다. 이 이정표 대로라면 왼쪽으로 가면 청계산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바라산이 나옵니다. 다음에는 이 코스로 청계산을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왼쪽은 청계산 오른쪽은 바라산

바라산으로 가겠다고 맘을 먹으면 오른쪽에 아래와 같은 계단을 올라가시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바라산 등산의 본격적인 시작!!

11:23 바라 365 희망계단

계단을 올라 10분 정도 가다보면 바라 365 희망계단이 나옵니다. 이 계단은 365개의 계단으로 조성되었고 올라갈 때마다 24 절기를 뜻하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365 희망계단까지 오는 길이 장난 아니게 미끄러웠습니다. 올라오는 길은 그래도 군데군데 얼음이 아닌 곳이 있어 어떻게 잘 왔는데, 사실 내려갈 때가 조금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그때 멈추고 돌아섰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미처 못하고 바라 365 희망계단까지 왔습니다.

바라 365 희망계단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다행히 계단은 양 옆에 손잡이가 있었고 계단 자체에는 그렇게 얼음이 없어서 올라가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계단부터 한 30m 정도 되는 구간만 올라가면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인데 그 구간은 365 희망계단 전에 있던 얼음구간보다 훨씬 심한, 눈으로 보아도 여긴 완전 빙판이구나 싶은 구간이 나타났습니다. 오죽하면 반대편에서 내려오시던 아저씨께서 저를 보시고는 아이젠 없으면 진짜 미끄러워서 위험하다고 조언도 해주시고 가셨습니다.

 

그래서 일단 저 혼자 먼저 그 구간을 지나가 봤는데 지나가고 나서 보니 도저히 다른 가족은 올 수 없겠다는 판단하에 거기서 하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그 정상까지 향하는 능선까지 갔기에, 60m만 가면 정상이라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거기서 돌아서기로 했습니다.(그 능선은 완전 얼음 하나 없는 좋은 길이었습니다.)

 

그곳에서 365 희망계단까지 가는 내려가는 길... 아까 말한 그 빙판길에서 저는 정말 죽음을 맛봤습니다. 위에 30m 정도라고 했는데 내려갈 때는 300m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내리막 길에다 주변에 잡을 건 없고 미끄럽기는 엄청 미끄러워서 나름 조심한다고 가는 길에 저도 모르게 그냥 뒤로 나자빠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이땐 새로 개시한 등산화도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는...) 엉치뼈 부근으로 떨어졌는데 정말 아프더군요. 이렇게 넘어진 게 얼마만인지... 진짜 잘못했으면 엉치뼈가 부러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365 희망계단에 도착해서 그 계단을 내려오고 나니 아까 걱정스러웠던 그 오르막길이 이제는 내리막길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올라올 때랑은 완전히 다른 길이 되어 저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등산로 입구로 가는 그 길에서 저는 2번이나 더 넘어졌습니다. 그중 한 번은 안전하게 옆으로 내려오는 중임에도 미끄러지면서 넘어지는 바람에 어깨를 땅에 세게 부딪혔습니다. 저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거의 앉아서 썰매 타듯이 기어서 내려왔습니다. 다행히 저 빼고 다른 가족은 넘어지지 않고 잘 내려왔습니다. (이게 너무 다행입니다. 저만 넘어진 게.... 하나 아쉬운건 당시 상황이 너무 위험하게 내려오는 바람에 사진이 한 장도 없네요..ㅠㅠ)

4. 등산후기✨

높지 않은 산이더라도 산은 산이더라!

이번 등산을 계기로 다짐을 했습니다. 1~2월에 산에 갈 거라면 아이젠을 빨리 구매하는 걸로...!!

사실 개인적으로 눈 밟는 소리 '뽀드득' 소리 자체를 너무 싫어해서 겨울에 산에 갈 생각, 스키장 갈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사는 삶인데,

이번에 의도치 않게(?) 500m도 안 되는 산이라고 얕잡아보고 올라가려고 했던 제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날이 조금 풀리면 다시 한번 가족과 함께 바라산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그땐 정상에 도착해서 라면 먹은 후기를 전해드릴게요!